대전둘레산길

정기봉 능선을 넘자 계절이 바뀌었다|대전둘레산길 3구간 머들령 12.5km 종주 (태실-정기봉-머들령-덕산마을)

어랑 김주호 2026. 4. 5. 15:46

정기봉 능선을 넘자 계절이 바뀌었다|대전둘레산길 3구간 머들령 12.5km 종주

정기봉 능선을 넘자 계절이 바뀌었다|대전둘레산길 3구간 머들령 12.5km 종주

 (태실-정기봉-머들령-덕산마을)
https://youtube.com/watch?v=s265LhyXbpU&si=bR0__iPhM8XD7mqz

 

【한국아트뉴스 = 어랑】3월의 문턱. 겨울의 마른 숨결 위로 봄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한 날, 산들투어는 대전둘레산길 3구간 종주에 나섰다. 이번 여정은 만인산 자연휴양림 태조태실에서 삼괴동 덕산마을까지 12.5km, 약 6시간 30분 코스. 단순한 산행이 아니라 역사와 도시, 숲과 마을을 하나로 잇는 길이다.

태조 태실, 역사 위에서 걷다
출발점은 조선 태조의 태실이 자리한 만인산 휴양림.
대전둘레산길은 이곳에서부터 그 성격이 분명해진다. 단순한 등산로가 아니라 왕실의 흔적과 숲길이 공존하는 역사문화 트레킹 코스라는 점이다.
완만한 숲길은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몸과 호흡을 산에 적응시킨다. 아직 잎을 틔우지 못한 나무들 사이, 숲바닥에서는 작은 새싹이 겨울의 껍질을 밀어내고 있다. 계절은 조용히 방향을 바꾸고 있었다.

정기봉 580m, 경계를 서다
1.2km 오르막 끝에 도착한 정기봉(580m).
이곳은 대전과 금산의 경계를 이루는 지점이다. 정상에 서면 금산 추부 일대의 평야와 능선이 겹겹이 펼쳐진다. 높이는 580m에 불과하지만 조망은 결코 낮지 않다.
숨은 거칠어졌지만 시야는 넓어진다.
능선을 오르는 이유가 이 한순간에 응축된다.

골넘이고개, 걷는 리듬이 살아나는 숲
골넘이고개로 접어들면 길의 분위기는 부드럽게 전환된다.
가파른 오르막 대신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고,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조망을 즐기기보다는 숲의 결을 따라 걷는 데 집중하게 되는 구간이다.
능선 위 바람은 겨울과 봄의 경계에 서 있다.
마른 잎과 새싹이 공존하는 숲은 계절의 교차로처럼 느껴진다.

상소동 산림욕장, 생활 속의 산
능선 아래로 상소동 산림욕장 일대가 펼쳐진다. 돌탑 체험장과 숲길 쉼터는 대전 시민들의 일상 속 휴식 공간이다. 야생의 능선과 생활의 숲이 맞닿는 지점.
대전둘레산길은 자연을 고립시키지 않는다.
도시와 연결하며, 사람의 삶 속으로 스며들게 한다.

머들령, 사람과 길의 기억
3구간의 상징은 단연 머들령이다. 대전고속도로 마루터널 인근에 자리한 이 고개는 오래전부터 사람과 길이 오갔던 자리다.
‘정감어린 고개’라는 이름처럼, 이곳은 도시와 산,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지점이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이 길은 단순한 둘레길이 아니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능선을 넘어오며 쌓인 피로도, 이 고개에 서면 묘하게 정리된다.

국사봉·닭재, 완주의 숨고르기
국사봉을 지나 닭재로 이어지는 능선은 한층 부드러워진다. 체력 부담은 줄고 산행의 리듬은 안정된다. 계현산성터 표지석이 나타나지만, 지금은 흔적만 남은 자리다. 산성의 윤곽을 상상해보는 시간, 길은 과거의 이야기를 조용히 품고 있다.

덕산마을, 산에서 마을로
덕산마을로 내려서는 순간 풍경은 또 한 번 바뀐다. 마른 숲 사이로 매화의 푸른 기운이 돌고, 겨울 낙엽 위로 봄빛이 번진다. 산의 시간이 마을의 시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종착점은 삼괴동 덕산마을 느티나무 아래. 참가자들은 12.5km 완주를 서로 축하하며 능선 위에서 넘은 계절을 되돌아봤다.

대전둘레산길 3구간은 단순한 거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역사와 경계, 고개와 능선, 시민의 숲과 마을이 한 줄로 이어지는 길.
12.5km.
능선을 타고 계절을 넘는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