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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兩峨峙)’ 마을 이름에 담긴 역사 “양아치 마을을 아시나요.

어랑 김주호 2026. 4. 2. 07:25

‘양아치(兩峨峙)’ 마을 이름에 담긴 역사
“양아치 마을을 아시나요.”


[한국아트뉴스=어랑] 요즘 사람들에게 ‘양아치’라는 말은 다소 거친 이미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원주시 귀래면 일대에 전해 내려오는 ‘양아치(兩峨峙)’라는 지명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오래된 역사 지명이다.
‘양아치’라는 이름은 두 개의 높은 고개가 있는 곳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양(兩)’은 둘을 뜻하고 ‘치(峙)’는 산마루나 고개를 의미한다. ‘아’는 발음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매개 모음이다. 즉 두 개의 큰 고개가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지형적 특징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실제로 양아치 마을 주변에는 큰양아치고개와 작은양아치고개가 있어 지명의 유래를 짐작하게 한다. 오래전부터 이곳을 오가던 사람들에게 두 개의 고개는 자연스러운 길목이었고, 마을 사람들의 삶과 역사 역시 그 길 위에서 이어져 왔다.
역사 기록에서도 이 지명은 확인된다.
원주시 귀래면 홈페이지 기록에 따르면 고려시대 이 지역은 ‘구을파면(仇乙坡面) 양아치리’ 행정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1914년 일제강점기 행정구역 개편 때 귀래리로 편입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이곳에는 흥미로운 전설도 전해 내려온다. 약 400여 년 전 신라 말 경순왕이 이곳에 머물렀다는 이야기다. 역사적 사실 여부를 떠나 이 전설은 오랜 세월 동안 마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전해 내려오며 양아치 마을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이야기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양아치’라는 단어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면서 마을 이름에 대한 오해도 생겨났다. 이 때문에 2000년대 이후 일부에서는 ‘양안치’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의 역사와 지명을 지키려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귀운초등학교 양아치분교 졸업생들과 마을 주민들을 중심으로 ‘양아치향우회’가 결성되어 전통 지명을 지키고 마을의 역사를 알리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향우회에서는 양아치 마을의 역사와 유래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양아치 마을 유래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비석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후세에 전하기 위한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지명은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그 땅의 역사와 사람들의 기억이 담긴 문화유산이다.
두 개의 고개 사이에서 이어져 온 세월, 그 시간 속에 쌓인 이야기들이 바로 **양아치(兩峨峙)**라는 이름 안에 담겨 있다.
이 작은 마을의 이름을 다시 바라보면 우리는 그 속에서 한 지역이 걸어온 역사와 공동체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